7호실

무엇보다 두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이 너무 아쉽다.

우선 신하균은 영세 자영업자를 대표하는데, 영화를 보면 악역이 아닌사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식 행동을 보인다.

 

예시를 하나 들자면 관리사무소에서 석유를 뿌리고 그걸 자신이 다 닦는 장면에서 약자의 비애, 안타까움 이런 걸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게 만든 것 같지만 신하균이 그 전에 보여준 모습-장사가 안 되는 노래방을 내놓은 상태에서 권리금을 받아내기 위해 부동산 업자와 짜고 인수자를 속이는-등을 보면 석유를 뿌릴 때부터 너무 막 나가네 생각 밖에 안 든다.

 

그리고 월세를 밀리고 버티는데 깨알 정보지만 월세를 세 달 밀리면 권리금을 받을 수가 없다.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연출자가 제대로 알고 연출한 건지 의문이다.

 

도경수 역시 꿈을 위해 정진하는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며 알바를 하는 역할인데,

적어도 7호실을 열고 닫기 위한 자영업자와 청년의 대결을 펼치려고 했으면 도경수를 다소 보통의 인물로 설정했어야 했다.

무슨 마약을 옮기고 지나친 작위적인 설정에 두 캐릭터의 열연만 오버하는 듯 붕 뜬다.

  

영화 제목이자 영화 내에서 가장 중요한 7호실은 은유로 가득찼지만 은유로 이뤄진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억지로 발생시키는 사건과 중국사람(조선족)을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 소품으로 너무 간단하게 치부한다.

또한 DVD방을 오직 값싼 모텔 용도의 기능만 있는 걸로 설명하며 오직 7호실을 공간과 인물을 짜맞춘 것 같아 아쉽다.

 

★☆ 여느냐 닫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키바스트립2 




'아키바스 트립'으로 읽어도 되고 '아키바 스트립'으로 읽어도 되는데 어떻게 발음하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게임이다. 


아키바스트립2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배경무대가 되는 아키바하라를 만화적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것이다.(필자는 안 가봤는데 홍보 문구가 아니라 가본 사람들이 남긴 리뷰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실사 배경 무대가 게임 속에 재현되면 가본 사람도 안 가본 사람도 분명 가상의 거리보다 이동할 때 다른 기분을 주면 플레이를 하게 만든다.(여담이지만 앞으로 실사 기술이 발전해 VR을 이용해 재현된 거리를 걷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옷 벗기기 게임이라는 것. 그렇다고 갈스패닉이라든가 19금적인 상상을 하면 안 된다. 전투에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의 옷을 벗은 후 수치심을 줘서 도망치게 해야 하는데 변태냐 이런 말이 나오기 쉽지만 덕분에 굉장히 특징적인 전투 시스템이 만들어 진다. 상단 중단 하단 공격과 그에 따른 방어를 해야 하는 매우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를 줄 것 같지만 막상 저렇게 플레이하면 더럽게 어려워서 난이도를 쉬움으로 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너무 심심한 난타게임이 되어버려 아쉽다. 차라리 QTE처럼 상중하 구분은 그대로 두고 방어를 할 때 버튼을 보여줘 누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옷을 벗기거나 벗겨지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옷이 곧 방어구가 되는데 현대물 게임에서 옷의 개념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조금 더 다양하고 개성있는 옷이 나오면 어떨까 싶다.     


오타쿠의 게임 오타쿠를 위한 게임


원작이 애니매이션이라는데 정보를 몰라도 게임을 하면 캐릭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마계자가 등장하지만 일반 게임 및 애니에서 많이 등장한 설정이고 게임 자체는 상당히 가볍다. 원래 비타로 나와서 그런 것보다 설정-오타쿠인 주인공부터 게임의 대사 내용 분위기-이 모두 그렇다. 가볍게 플레이 하기 좋은 게임이다. 맵 이동도 곧바로 되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만 한다면 반나절도 안 걸린다. 




이 게임 살까 말까



비타판으로 즐기면 모를까......

애니매이션 원작 게임을 좋아하고 비타를 소지하고 있다면 가볍게 즐기기에 좋아 별 하나 이상이 추가 되겠지만 PS4로 즐기기에는 딱히 추천하기가 애매하다. 전투 난이도도 높고 낮추면 단순한 난타게임이고 이래저래 딱 휴대기기용 게임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영화 대 영화 



  



일본 영화 <22년 후의 고백>은 한국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필자는 내가 살인범이다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일본에서 영화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다. 


두 영화는 반전이 핵심이고 인물에 대한 설명 자체가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서 비교해 본다. 


공통점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이 공소시효가 끝난 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수기 형식으로 책으로 출판해 화제가 된다. 



형사와 살인자의 관계는 악연



원작에선 살인마를 눈 앞에서 놓친다. 추격에 성공하지만 오히려 당한다. 살인마는 일부러 형사의 입가에 상처만 내고 도망친다. 술집 주인이 인질로 잡혀 목을 공격당하는 바람에 말을 하지 못한다. 형사는 눈 앞에서 그걸 보고도 막지 못했고 또한 살해 당한 피해자 중의 한 명은 자신의 애인이었다. 형사의 살인마에 대한 증오는 상상을 초월한다. 

 



리메이크작에서 역시 악연이다. 자신의 선임이 형사의 집에 설치한 살인자의 함정에 빠져 죽는다. 원작과 달리 애인이 아닌 동생이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분노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원작의 형사와 달리 조금 더 마인드컨트롤을 할 줄 안다. 



살인자의 컨셉




원작의 경우엔 박시후가 잘생긴 외모를 가진 연쇄 살인마라는 컨셉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반성을 하고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면서도 경호원을 대동하고 기자들을 몰고 다니며 자극적인 행동을 하고 다닌다. 밝다가도 정색을 하는 약간 갈피를 잡기 힘든 역시 싸이코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리메이크작의 살인마는 자신의 살인 법칙이 매우 중요하다. 세 가지의 살인 방식에 맞춰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 장면은 촬영을 해서 남기며 범행 당시에 언론에 내보인다. 책에서도 가장 비중을 크게 두는 건 자신의 살인 법칙이다. 그 법칙에 따른 살인 행각을 전시한다. 마치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원작의 살인마와 달리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게 보인다. 




피해 유가족들


원작과 리메이크 두 작품 모두 살인자에게 살해 당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비중을 가지고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복수를 기획하는 피해자 유가족 집단이 나오는데 다소 뜬금없는 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편집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살인마의 살인행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마에 대한 정보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채 형사인 정진형과 술집 안에서 날것과 같은 격투를 벌이다 술집 주인을 헤치고 도주하다가 형사의 입에 상처를 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유가족 집단은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다만 만화 같은 오버형 캐릭터들이고 중간에 살인마에게 사적 복수를 위해 납치하는 과정 역시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가 달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반대로 22년 후의 고백은 왜 이렇게까지 살인행각을 전시하나 싶을 정도로 초반부에 연쇄살인마의 잔인한 살인방법과 행각을 보여준다. 덕분에 등장하는 유가족이 어떤 상황이고 이 사람은 어떤 피해자의 유족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간 습격 빼고는 원작과 달리 비중이 크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장르"


원작 내가 살인범이다는 장르가 액션 스릴러다. 영화 시작부터 술집 안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빗속에서 추격씬이 펼쳐진다. 덕분에 초반 집중력을 엄청나게 잡아끈다. 이후에 연쇄 살인범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정진영과 대립을 이어나가다가 중간 전개는 다시 액션이 자리한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기본적으로 스릴러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시작부터 중간 그리고 반전 후 마지막까지 자리하는 건 액션이다. 반전 후에 이제 영화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은데 다시 한번 화끈한 추격씬이 펼쳐진다. 여기에서 뭘 또 액션을 해 생각이 들지만 액션으로 시작했으니 액션으로 끝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참신한 컨셉과 함께 지루하지 않다.  

 


리메이크작 22년 후의 고백은 스릴러다. 기름기 쫙 뺀 고기처럼 원작과 비교하자면 액션을 쫙 뺀 스릴러다. 

차량 추격씬 같은 눈요깃거리는 없다. 대신 취재를 하는 설정으로 중간마다 다른 방식의 카메라 방식이 도입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착 가라앉은 어두운 방식으로 끝까지 진행된다. 일관되게 기분 나쁘게 만든다.

원작의 경우 100분 토론 같은 익숙한 TV 프로그램의 포맷을 따와 인터뷰를 하거나 삼자 대면을 하는데, 일본에선 TV 방송의 비중을 크게 만들어 아예 전쟁 르포 기자 출신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한 명을 더 투입시켜 형사 - 진행자 - 살인마 세 명의 주인공이 토론을 한다.



선택의 순간 


22년만의 고백은 리메이크작이기에 핵심 내용은 같지만 원작에서 호평 받은 액션을 배제하고 스릴러로만 구성했다. 

이 영화는 도발적인 컨셉 만큼 반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먼저 본다면 당연히 이후에 본 영화는 상대적으로 별로일 수가 있다. 

만약 하나의 영화만 볼 것이라면 선호하는 장르를 선택하면 되겠다.  

액션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한국편, 진지한 이야기를 보려면 일본 리메이크판.


하지만 둘 다 볼 것이라면 원작인 내가 살인범이다를 먼저 보고 이후 리메이크작 22년 후의 고백을 보길 권한다. 

아무래도 리메이크작이니만큼 원작의 내용을 한두 번 더 뒤집거나 꼬아놨기 때문이다. 

원작의 액션을 본 후에 리메이크작을 보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작의 반전을 따르면서도 뭔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배신'의 감정을 느끼며 보기에 나쁘지 않다. 게다가 장르 자체도 추리 그리고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치밀하지 않아 대부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여담으로 필자는 리메이크판의 결말이 굉장히 아쉬웠다. 이러면 어땠을까 생각한 게 있지만 말해버리면 강력한 스포일러를 발설하는 것이기에 이쯤에서 줄여야겠다.

리메이크판은 원작을 토대로 리메이크작만의 개성을 구축했지만 원작보다 덜 재미있고 부족하다. 한 마디로 원작이 더 낫다.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은 굉장히 캐릭터 구축을 못한다. 늘 유치하거나 과잉범벅이다. 


이번작의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최악이다. 이종석의 캐릭터는 박휘순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찍힌 사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굳이 범죄 상황을 재현해서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절제라는 걸 모르는 듯하다. 여자 캐릭터를 저렇게 잔인하게 난도질당하는 피해자로밖에 활용방도를 모르겠다면 아예 안 쓰면 된다. "여혐"논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장면들이 쓸데없이 너무 잔인해 보기에 역겹다.  


박훈정이 영화를 통해 보이는 성향은 굉장히 선하다. 악인은 잔인할 정도로 응징한다. 이번 작에선 김명민이 모두가 모인 가운데 안 서지? 이종석을 망신 주는 장면, 굉장히 힘을 준 이 장면이 대표적이고 스포가 되어 언급은 못 하겠지만 이후에도 나온다. 


굉장히 도발적인 설정이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물흐르듯 아주 쉽게 흘러간다.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은데 굉장히 상황이 쉽게 풀려서 신세계에서도 접했기 때문에 이 구도가 당황스럽진 않은데 한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단순한 스토리텔링이다. 적어도 대호처럼 설화로 빠지며 피식 웃게 만들진 않지만 이렇게 단순한 갈등구조라니. 뭔가 있어보이는데 텅 비었다.


맨 처음 언급한 캐릭터를 다시 한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김명민이다. 저 캐릭터 설정을 위해 주어지는 대사와 행동이 굉장히 유치하고 클리셰 범벅이다. 막무가내로 부하직원 정강이 때리고 시팔거리기나 하는데 어떻게 감정이입이 되나. 


언제나 그렇듯 나오는 캐릭터들의 면면은 정말 기시감 돋게 만든다. 신세계에선 다 접신을 했나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로 상관이 없었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들이 받은 설정이 워낙 안 좋아 모두 겉돈다. 


유일하게 빛나는 캐릭터는 장동건 한 명이다. 그 이유는 유일하게 과잉이 없는 캐릭터도 그냥 잘생겼기 때문이다. 잘 생긴 사람이 사람 때리고 총으로 쏴죽이면 그것만으로도 멋있다. 


이종석이 제일 불쌍하다. 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멍한 표정으로 어울리지 않게 잔인한 척 웃음짓는 것 밖에 보여주는 게 없다.


이번 브이아이피도 그렇고 박훈정의 영화는 재미있는데 그 앞에 "이상하게"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뜯어보면 별 게 없다. 이것도 엄청난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또한 여자 캐릭터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과잉 연출과 제대로 컨셉을 못 받는 캐릭터들. 과연 다음작은 어떨까? 


배우들이 뛰어나면 뭐해 캐릭터 설정이 형편없는데. 평범, 과잉, 기시감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종석의 저 웃음은 배트맨 조커가 목표였을지 모르겠으나, 아무런 소름이나 감정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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