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 영화 



  



일본 영화 <22년 후의 고백>은 한국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필자는 내가 살인범이다를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일본에서 영화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다. 


두 영화는 반전이 핵심이고 인물에 대한 설명 자체가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서 비교해 본다. 


공통점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범이 공소시효가 끝난 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수기 형식으로 책으로 출판해 화제가 된다. 



형사와 살인자의 관계는 악연



원작에선 살인마를 눈 앞에서 놓친다. 추격에 성공하지만 오히려 당한다. 살인마는 일부러 형사의 입가에 상처만 내고 도망친다. 술집 주인이 인질로 잡혀 목을 공격당하는 바람에 말을 하지 못한다. 형사는 눈 앞에서 그걸 보고도 막지 못했고 또한 살해 당한 피해자 중의 한 명은 자신의 애인이었다. 형사의 살인마에 대한 증오는 상상을 초월한다. 

 



리메이크작에서 역시 악연이다. 자신의 선임이 형사의 집에 설치한 살인자의 함정에 빠져 죽는다. 원작과 달리 애인이 아닌 동생이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시도 때도 없이 분노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원작의 형사와 달리 조금 더 마인드컨트롤을 할 줄 안다. 



살인자의 컨셉




원작의 경우엔 박시후가 잘생긴 외모를 가진 연쇄 살인마라는 컨셉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반성을 하고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겠다면서도 경호원을 대동하고 기자들을 몰고 다니며 자극적인 행동을 하고 다닌다. 밝다가도 정색을 하는 약간 갈피를 잡기 힘든 역시 싸이코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리메이크작의 살인마는 자신의 살인 법칙이 매우 중요하다. 세 가지의 살인 방식에 맞춰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 장면은 촬영을 해서 남기며 범행 당시에 언론에 내보인다. 책에서도 가장 비중을 크게 두는 건 자신의 살인 법칙이다. 그 법칙에 따른 살인 행각을 전시한다. 마치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원작의 살인마와 달리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게 보인다. 




피해 유가족들


원작과 리메이크 두 작품 모두 살인자에게 살해 당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비중을 가지고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복수를 기획하는 피해자 유가족 집단이 나오는데 다소 뜬금없는 등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편집이 된 건지 모르겠지만 살인마의 살인행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마에 대한 정보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채 형사인 정진형과 술집 안에서 날것과 같은 격투를 벌이다 술집 주인을 헤치고 도주하다가 형사의 입에 상처를 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유가족 집단은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다만 만화 같은 오버형 캐릭터들이고 중간에 살인마에게 사적 복수를 위해 납치하는 과정 역시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가 달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반대로 22년 후의 고백은 왜 이렇게까지 살인행각을 전시하나 싶을 정도로 초반부에 연쇄살인마의 잔인한 살인방법과 행각을 보여준다. 덕분에 등장하는 유가족이 어떤 상황이고 이 사람은 어떤 피해자의 유족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간 습격 빼고는 원작과 달리 비중이 크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장르"


원작 내가 살인범이다는 장르가 액션 스릴러다. 영화 시작부터 술집 안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빗속에서 추격씬이 펼쳐진다. 덕분에 초반 집중력을 엄청나게 잡아끈다. 이후에 연쇄 살인범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정진영과 대립을 이어나가다가 중간 전개는 다시 액션이 자리한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기본적으로 스릴러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시작부터 중간 그리고 반전 후 마지막까지 자리하는 건 액션이다. 반전 후에 이제 영화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은데 다시 한번 화끈한 추격씬이 펼쳐진다. 여기에서 뭘 또 액션을 해 생각이 들지만 액션으로 시작했으니 액션으로 끝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참신한 컨셉과 함께 지루하지 않다.  

 


리메이크작 22년 후의 고백은 스릴러다. 기름기 쫙 뺀 고기처럼 원작과 비교하자면 액션을 쫙 뺀 스릴러다. 

차량 추격씬 같은 눈요깃거리는 없다. 대신 취재를 하는 설정으로 중간마다 다른 방식의 카메라 방식이 도입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착 가라앉은 어두운 방식으로 끝까지 진행된다. 일관되게 기분 나쁘게 만든다.

원작의 경우 100분 토론 같은 익숙한 TV 프로그램의 포맷을 따와 인터뷰를 하거나 삼자 대면을 하는데, 일본에선 TV 방송의 비중을 크게 만들어 아예 전쟁 르포 기자 출신 아나운서를 주인공으로 한 명을 더 투입시켜 형사 - 진행자 - 살인마 세 명의 주인공이 토론을 한다.



선택의 순간 


22년만의 고백은 리메이크작이기에 핵심 내용은 같지만 원작에서 호평 받은 액션을 배제하고 스릴러로만 구성했다. 

이 영화는 도발적인 컨셉 만큼 반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먼저 본다면 당연히 이후에 본 영화는 상대적으로 별로일 수가 있다. 

만약 하나의 영화만 볼 것이라면 선호하는 장르를 선택하면 되겠다.  

액션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한국편, 진지한 이야기를 보려면 일본 리메이크판.


하지만 둘 다 볼 것이라면 원작인 내가 살인범이다를 먼저 보고 이후 리메이크작 22년 후의 고백을 보길 권한다. 

아무래도 리메이크작이니만큼 원작의 내용을 한두 번 더 뒤집거나 꼬아놨기 때문이다. 

원작의 액션을 본 후에 리메이크작을 보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작의 반전을 따르면서도 뭔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배신'의 감정을 느끼며 보기에 나쁘지 않다. 게다가 장르 자체도 추리 그리고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치밀하지 않아 대부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여담으로 필자는 리메이크판의 결말이 굉장히 아쉬웠다. 이러면 어땠을까 생각한 게 있지만 말해버리면 강력한 스포일러를 발설하는 것이기에 이쯤에서 줄여야겠다.

리메이크판은 원작을 토대로 리메이크작만의 개성을 구축했지만 원작보다 덜 재미있고 부족하다. 한 마디로 원작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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