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Default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IMF 관련 영화도 나오기 시작한다. 경제식민지라고 할 수 있는 IMF의 여파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현재 힘듦의 근원을 찾아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의미라고 할까.

 

영화는 크게 세 부분 비공개 협상팀과 소시민 그리고 기회주의자로 나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인 비공개 협상에서 김혜수가 중심을 딱 잡아준다.

 

한 사람만 다뤄도 분량이 큰데 다양한 군상과 인물을 다루려고 했다. 영화를 보면 납득 가능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너무 정형화되었다는 것.

상갓집 가서 밥 먹는 허준호외에 감정을 이끄는 사람이 없다. 이 장면은 정말 신파 없이 이뤄낸 슬픔의 성취라 굉장히 인상 깊었고 탁월했다.

 

유아인을 중심으로 한 기회주의자들의 경우엔 분량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조연진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고 빠른 흐름으로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나 나올 때마다 흐름이 너무 끊겼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한 사람 만이 과감하게 NO라고 외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화 소재의 영화가 갖는 힘이 있다. 국가부도의 날은 현재진행형 현재 소위 말하는 헬조선의 근원이 된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에 내내 무겁고 쓸쓸한 마음으로 보게 만든다. 

 

★☆ 국가는 이게 최선이라고 했다. 그 결과가 지금까지 남아 국민들이 지고 있다.

 

이중간첩

당시 다작 및 최고의 배우였다가 갑작스레 휴식기를 가진 한석규의 복귀작이라 화제가 되었다. 쉬리로 정점에 올랐기에 복귀작이 같은 남북한 소재인 이중간첩이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었다.

 

한석규가 도망을 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이중간첩이란 암시를 주는 씬이 하나 더 있어야 했다고 본다. 영화 제목이 이중간첩이긴 했지만 고소영과 접선하며 드러나는 모습은 다소 뜬금없어 보였다.

 

간첩들이 조심스레 관계를 맺고 협소하되 끼리끼리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지만 한석규와 고소영 서로를 지인들에게 소개받는 장면들이 너무 우연이라 결말로 향해가기 위해 짜맞춘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중간첩인 한석규의 고뇌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고뇌가 없다. 한석규는 '충실히' 별다른 고민없이 이중간첩 일을 하는 가운데 고소영과 로맨스까지 벌인다. 

 

포스터 문구에는 '거역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적혀 있지만 딱히 거역을 하지도 않고 제3국으로 향하는 게 그저 사랑의 도피정도로만 보인다.

 

뭔가 체제에 불만을 품고 도망을 쳤다가 어쩔 수 없이 이중간첩 일을 하게 되고 고소영과 만나며 제3국으로 도피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다루려던 체제에 낀 사람의 고뇌가 없다. 

 

재미가 없지는 않다. 집중있게 보게 만들고 긴장을 주는 장면도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 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본 투 킬 BORN TO KILL

순정킬러(?) 정우성과 인생의 쓴맛 다 본 심은하의 로맨스가 진부하지만 은근히 끌린다. 

그 이유는 역시 심은하의 매력과 얼굴 하나면 그만인 정우성 때문이리라. 

초반 액션이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 강조되어 호불호가 나뉠 듯 한데, 후반부엔 없다.

사랑에 의해 냉철한 마음이 흔들리는 모태 솔로 순수 킬러 정우성의 모습을 그리려 했지만 잘 안 되었고, 그래도 심은하 덕분에 균형은 꽤 맞는다.

진부한 내용에 특징없는 액션이지만 보물찾기하듯 보는 90년대 영화는 꽤 관대하게 보는 편이라, 네2버 영화로 구입해 본 화질이 상당히 구린 점만 제외하곤 불만은 없다.

추천하긴 힘든 평작 이하의 영화라, 심은하나 정우성 팬이 아니라면 볼 이유는 없겠다.

 

심은하의 매력이란!

걸어도 걸어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영화다. 서늘하게 후벼판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영화를 보며 살짝 지루해질 즈음에 포스터 문구처럼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후부터 몰입하며 보게 되었다. 

 

매년 여름마다 모이는 가족이지만 누구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모여 있을 땐 오히려 불편해보인다. 서로에게 솔직하지 않고 따로 소가족끼리 모여 대화를 나눌 때만 진솔하다. 인물들의 대사를 집중해서 읽게 된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정말 이번엔 하려고 왔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목구멍 위까지 올라온 목소리를 끝내 다시 욱여넣고 미소를 지으며 진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처럼.

 

이들은 결국 다음해 여름에도 다시 모이겠지. 이 모임을 만든 죽은 아들을 죽게 만든 사내 역시 마찬가지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결국 떠날 수가 없다, 가족이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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