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거시적으로 보면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은 숲 안의 나무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한 개인을 보면 그 시대의 역사를 알 수가 있다. 

 

벌새는 정말 열광하면서 봤다. 김보라 감독은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라니 정말 놀랍다. 이번 주 열린 2020 부일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으로 수상됐다. 

 

필자는 1990년대 중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 영화를 꾸준히 보는데, 그 시대에(1994년) 만들어진 영화와 이렇게 과거로 거슬러 시대를 관조하는 영화는 같은 시대를 다뤄도 굉장한 차이가 있다. 

 

얼마 전부터 자꾸 내가 학생 시절이던 때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영화가 나온다.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전부를 학교에서 보낸 필자로선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했다.

 

영화는 같은 세대이자 생애주기로 계산하자면 한 세대 위의 추억담인데,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그때의 그 모습으로 중학생 누나 또래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상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김보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데, 개인의 추억과 회상에 그치지 않는다.

 

정말 담담하게 '은희'(박지후)의 '일 년',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1학기, 2학기 그렇게 '일 학년'을 다루는데, 이 안에서 맺은 관계(가족, 친구-남자,여자,동급생-,영지<김새벽> 학원 선생님)맺음과 끊김이 발생한다.

 

은희라는 개인을 차분하게 지켜보니 당시에 있던 일들이 보인다. 한 소녀의 성장담이자 당시 사회의 가장 비극적이었던 성수대교 붕괴 참사에 대한 환기와 위로까지 포용되어 있다. 

 

성수대교 붕괴가 영화의 끝을 장식하지만 은희의 '지켜봄'을 통해 정말 많은 문제를 도출시킨다. 하지만 감정 과잉시키지 않고 스쳐지나가듯 담담히 '지켜보는' 슬픔들이다.

 

영지(김새벽)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극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은희(박지후)의 크게 성장시킨다. 주인공을 맡은 박지후는 얼굴만 클로즈업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표정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이 영화 정말 좋다. 영화가 끝난 후 부쩍 성장한 은희처럼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끼며 조금이나마 성장한 기분을 느꼈다.

나와 은희가 같은 시대를 살았고 성수대교 참사를 뉴스로 직접 보며 놀라고 슬퍼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

소녀를 위로해줘. 개인을 위로하며 모두를 위로한다.

 

 

<스포스샷> 

지금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듯
굵직한 사건들
감정 과잉시키지 않고 스쳐지나가듯 담담히 다루는 슬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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