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간첩

당시 다작 및 최고의 배우였다가 갑작스레 휴식기를 가진 한석규의 복귀작이라 화제가 되었다. 쉬리로 정점에 올랐기에 복귀작이 같은 남북한 소재인 이중간첩이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었다.

 

한석규가 도망을 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이중간첩이란 암시를 주는 씬이 하나 더 있어야 했다고 본다. 영화 제목이 이중간첩이긴 했지만 고소영과 접선하며 드러나는 모습은 다소 뜬금없어 보였다.

 

간첩들이 조심스레 관계를 맺고 협소하되 끼리끼리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지만 한석규와 고소영 서로를 지인들에게 소개받는 장면들이 너무 우연이라 결말로 향해가기 위해 짜맞춘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중간첩인 한석규의 고뇌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고뇌가 없다. 한석규는 '충실히' 별다른 고민없이 이중간첩 일을 하는 가운데 고소영과 로맨스까지 벌인다. 

 

포스터 문구에는 '거역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고 적혀 있지만 딱히 거역을 하지도 않고 제3국으로 향하는 게 그저 사랑의 도피정도로만 보인다.

 

뭔가 체제에 불만을 품고 도망을 쳤다가 어쩔 수 없이 이중간첩 일을 하게 되고 고소영과 만나며 제3국으로 도피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다루려던 체제에 낀 사람의 고뇌가 없다. 

 

재미가 없지는 않다. 집중있게 보게 만들고 긴장을 주는 장면도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 봐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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