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나온 한국 영화 <럭키>는 2012년에 나온 일본 영화 <열쇠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전혀 모르고 봤는데 럭키가 리메이크작이란 말을 듣고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후 원작 열쇠도둑의 방법(이하 열쇠도둑)을 봐서 몇 가지 비교하고 차이점을 찾아봤다. (한샷 한샷 찍은 스샷이 랜섬웨어로 다 날라가 버려 포스팅 하지 말까 생각도 했지만 글로만 간단하게 언급해 본다.)
1. 영화의 첫 시작
열쇠도둑의 첫 장면은 여주인공인 히로스에 료코로 시작된다. 다이어리의 완벽한 스케줄 정리, 칼퇴근, 깔끔 이상의 책상정리. 이후에 직원들에게 뜬금없는 결혼 선포(배우자 없음!) 이 짧은 몇 컷의 장면과 대화로 히로스에 료코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주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궁금하게 만든다.
럭키는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과 함께 비 내리는 날 어두운 분위기 속에 유해진의 얼굴이 풀샷으로 잡히며 웃음을 자아낸다.(만약 이 장면에서 웃지 않는다면 럭키는 그대를 전혀 웃기지 못할 영화.) 대표 포스터처럼 유해진의 원맨쇼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라는 예고처럼 보인다.
2. 킬러(카가와 테루유키) VS 킬러(유해진)
사카이 마사토와 이준이 같은 설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면 킬러로 나오는 카가와 테루유키와 유해진은 같은 설정이지만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일단 배우의 설정이 다르다. 럭키의 경우 이준과 임지연의 로맨스 분량이 상당하지만, 거의 유해진의 원맨쇼급 활약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해진이 기억을 잃고 조윤희의 분식집에서 일을 하는 코믹한 장면과 천부적인 재능으로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올라가는 과정이 영화 중간에 상당한 분량으로 펼쳐지며 대놓고 '유해진의 코믹영화'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열쇠도둑의 경우엔 카가와 테루유키가 진지하게 연기 공부를 하지만 재능은 없고 연기를 하는 분량도 크지 않다. 앞서 말했듯 유해진이 거의 원맨쇼로 이끌다 조연 캐릭터와 한두번 교감을 하는 것과 달리 카가와 테루유키는 동등한 분량의 여주인공과 함께 같이 영화를 진행시켜 나간다.
두 킬러 모두 영화의 기둥적인 역할을 하는 건 변함없다.
3.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차이는 여주인공의 설정과 비중이다.
3-1. 히로스에 료코 VS 조윤희
히로스에 료코는 영화의 첫 씬을 장식하듯 영화에서 킬러와 열쇠도둑과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리메이크작에선 설정조차 없는 아버지와 관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의 연출은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반면 리메이크작인 럭키의 여주인공 조윤희는 철저하게 기억을 잃은 유해진의 보조자 역할에 충실하다. 애초에 119 구급대원으로 남탕에 들어간다는 설정부터가 억지다.
3-2. 모리구치 요우코 VS 임지연
이 두 배우의 설정 변화가 원작과 리메이크작간의 가장 차이점이다. 덕분에 전개방식도 상당히 달라진다.
먼저 일본 원작 영화의 경우 모리구치 요우코는 킬러 카가와 테루유키가 살해한 인물인 이와키 사장의 애인이자 전 호스티스며 현재 마트 직원이자 청소년 아들을 둔 인물이다. 사카이 마사토가 보호를 위해 집을 구입하는 건 같지만 로맨스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모리구치 요우코는 영화 내에서 중요한 인물인 건 맞지만 등장 빈도는 적다.
하지만 한국 리메이크 영화의 경우 임지연이 그 역할인데, 영화에서 늦게 등장하지만 조윤희보다 더 큰 설정을 가진다. 회장 비서로 비자금의 내부 증언자로 숨어 있는 중이다. 조윤희가 유해진의 보조라면 임지연은 이준과 동등하게 영화 안에서 로맨스를 나누며 유해진이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크게 활약한다.
4. 악역 야쿠자 VS 재벌 2세
열쇠도둑의 악역은 일본 코미디 영화의 공식처럼 예상대로 야쿠자가 나온다. 킬러를 고용하고 그 킬러를 협박하는 캐릭터로 실수한 부하를 가차없이 때리는 냉혹한 모습을 보이지만 어딘가 허당이다. 역시 우왕좌왕 겁많고 실수하는 부하들과 함께 한다.
럭키에선 영화 제작 당시 '베테랑'이나 '내부자들' 같이 한국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재벌 2세 혹은 3세를 악역으로 설정했는데, 처음 악역이 등장했을 때 '얘네도', '또?' 이런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조폭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개성없이 그저 유약하고 비열한 인물로 나온다.(한국 영화에서 재벌 2,3세는 무능하지만 돈을 이용해 좌지우지 하는 비열한 캐릭터로 굳혀진 듯) 그리고 보좌하는 사람들 역시 나이는 오너보다 더 많지만 무능하고 눈치만 보는 전형적인 간신배 무리 설정이라 무게감이 없다.
클라이막스에서 열쇠도둑의 야쿠자는 모리구치 요우코의 집에서 주인공들을 모아놓고 위기에 빠뜨리는 역할 정도는 하는데, 럭키의 재벌무리들은 철저하게 유해진과 이준에게 속는 역할 뿐이다.
악역의 무게감 열쇠도둑의 비밀 >>>>> 럭키
5. 마무리
처음처럼 마무리도 다른데, 각자 스타일에 맞는 엔딩이라 본다. 다만 열쇠도둑이 훨씬 좋았다. 차 뒷자석에서 인상을 찌푸린 채 담배를 피우는 모리구치 요우코의 모습이란 너무 인상적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은 다른 점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같은 장면을 보는 것도 큰 재미이다. 목욕탕에 가기 위해 기다리는 킬러나 비누를 밟고 크게 허공을 나르는 같지만 소소하게 다른 연출을 보는 재미가 상당히 있다.(이걸 샷으로 올리려고 그랬는데 다 날라가버렸다.)
두 영화 모두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둘 중의 하나를 추천하라면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인 럭키보다는 열쇠도둑의 비밀쪽에 더 손이 가는 게 사실이다.
'테마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한 수-기승전,바둑 결말(국)엔 액션 (0) | 2018.01.04 |
---|---|
모데카이-천재 사기꾼으로 환생한 잭 스패로우?? (0) | 2018.01.01 |
미씽 / 화차-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0) | 2017.12.26 |
남한산성-씁쓸하면서도 장렬한 영화 (0) | 2017.12.25 |
킬빌 1 / 2 -최고의 액션 영화 (0) | 2017.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