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조인성의 독백 나래이션을 듣고 처음엔 원작소설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현대사에 대한 설명과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캐릭터 설정을 보여주기에 나래이션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듯 하다. 설명하기에 바쁘지만 그 설명을 하며 보여주는 연출이 좋다.
캐스팅이 짱짱하지만 단지 배우의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다. 캐릭터의 개성이 확실히 입혀져 조연들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특히 류준열이 단연 돋보인다. 물론 안희연 검사 역할의 김소연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당시 유행가와 자료화면이 펼쳐지고 제대로 라인을 탄 정우성-조인성-배성우가 파티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조인성의 인생을 따라가며 친절하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현대사 하지만 마지막 영화적 통쾌감도 잊지 않는다.

더킹 - 친절하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현대사 







공조

왜 항상 북한 관련 캐릭터는 온갖 근접전 및 총기술에 능하고 사연 많은 과묵한 남자로 나오고, 한국(남한) 캐릭터는 어설프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구박받으며 남편과 항상 뭘 사줘야 하는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아버지로 나오는가! 

무슨 메시지인지 모르겠는데, 북한은 거지천국이라는 개그와 경찰 연봉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재미도 없는데 왜 자꾸 반복하지? 원형술 역할의 전국환이 현빈에게 '내래 널 잃고 싶지 않아서 기래.' 이 대사가 영화에서 제일 웃기다.
클리셰 범벅인 캐릭터와 허세부리는 악역들 자꾸 기시감이 새어나온다. 몇몇 액션씬은 번뜩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후반부터 무척 지루한데 김주혁이 강물에 빠지고 도망칠 때는 뭘 또 더 내용이 이어져! 이런 생각이 들정도. 

 

★☆ 실패한 코미디와 액션의 공조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의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막장 가족"이다. 첨부한 표지 일러스트 지금 문학동네 말고 처음 책이 나온 창비 이우일의 표지만 봐도 "오빠가 돌아왔다"의 그 "오빠"가 범상치 않은 더 편견을 곁들여 말하자면 아주 개망나니 같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저 포스터만 봐도 참 착해 보인다. 


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처럼 영화 역시 딸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아주 스피드하게 우리 가족은 이렇게 한심하고 막장이지만 어떻게든 굴러갑니다. 가족 소개하듯 나오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굉장히 침착하게 진행이 되는데 아주 명랑하다. 명랑함은 오빠가 돌아왔다에 나오는 가족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속성이다. 게다가 역시 결론은 가족이 좋다는 식의 해피엔딩. 너무나도 훈훈한 결말.


캐릭터가 어찌 단편보다 더 못 살아난다. 차라리 단편 소설 그대로 가져오면 되었겠지만 설정 변화를 택한 것이 치명적이다. (오빠는 단편소설에서 택배일을 하지만 영화에선 뮤지션을 꿈꾸며 버스킹을 한다. 그리고 데리고 온 여자는 소설에선 미성년자이지만 영화에선 성인이 되었고 임신을 했다.) 캐릭터의 개성을 전혀 못 살렸다.  


무엇보다 영화가 단편소설이 나온 후에 너무 늦게 나왔다. 소설은 낡는다. 물론 김영하의 소설은 지금 읽어도 뛰어나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90년대에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 되어 보인다. 나오려고 했으면 최근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살인자의 기억법처럼 빨리 나왔어야 한다. 그리고 굉장히 빨리 읽히는 열장 정도의 단편인데 이 짧은 분량의 단편을 장편 영화로 만드는 건 확실히 무리였다. 그런데 노진수 감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 영화 이후로 계속 애로영화만 찍고 있다.(ㅡㅡ;;)

내 심장을 쏴라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데뷔작이며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영화한 것이다. 책이 나오고 한참 후에 영화로 개봉이 되었는데 흥행과 평가 모두 실패했다.
일단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모든 영화들의 과제가 방대한 설정과 내용을 2시간 안에 다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내 심장을 쏴라는 이 문제점을 완벽하게 드러낸 영화이다.

소설의 경우 정유정 작가 글 특유의 지나친 설명을 곁들인 배경묘사를 초반부에 엄청나게 늘어놓는다는 것인데 내 심장을 쏴라는 작가의 초기작이어서 그게 더 심하게 드러난다. 필자는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때 차라리 도면을 그려 넣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더디고 지루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만 넘어가면 개성 강한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건이 만들어져서 끝까지 잡고 읽게 만들지만 말이다. 초반부에 지나친 병원 내부 설명과 묘사로 인한 지루함이 소설의 치명적인 단점인데, 대조적으로 이 부분이 영화가 소설보다 유일하게 나은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몇 분도 안 되어 병원의 모습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다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묘사의 허무함이여!) 하지만 그 이외에는 차라리 책을 읽지 영화를 봐야할 이유를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장편소설에선 정신병원에 등장하는 열 명에 가까운 각자의 사연을 가진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치밀한 설정을 부여받고 주인공과 더불어 활동을 하는데 영화에는 이들이 모두 가지치기 당했다. 몇 명의 사건이 등장하지만 영화만 본 사람의 경우 다소 뜬금없을 것이고 소설을 읽고 본 사람의 경우엔 저렇게밖에 캐릭터를 못 살리나 안타까울 것이다. 특히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한이와 은이는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러브라인을 그리는데 특히 소설 후반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려나가는 장면 하나로 끝이라니 당황스러울 정도.

소설을 보지 않았어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조연으로 자주 나오는 사람들이 왜 카메오도 아니고(나름 유명 조연캐릭터들을 섭외해놓고) 한 마디도 안 하고 서있기만 하지 왜 아무런 역할을 안 하는 거야?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소설에서도 당시 데뷔전이었던 7년의 밤 이전의 작품이라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 수상작들의 전형적인 잘 쌓아놓다가 후반부에 주제를 확 드러내는(혹은 드러나야하는) 변화하라는 메시지가 소설에서도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그나마 소설에서는 초반부터 차곡차곡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암시를 주다가 나와 덜 하지만 그에 반해 영화에서는 급작스럽게 이민기가 여진구를 향해 말하며 그냥 설교조의 영화가 되어버린다.

지나친 가지치기로 주변부 캐릭터를 한 명도 살리지 못했고 작가의 메시지도 너무 어설프게 대놓고 드러냈다. 영화를 보고 과연 감동이 생기거나 보는이에게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분명 무리였다고 생각.

역시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보다는 소설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사진 클릭시 알라딘으로 이동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