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의 선물

쌓아둔 눈물을 터뜨리세요. 노골적으로 말하는 듯한 전개는 매력이 떨어진다. 조연 캐릭터들은 주어진 역할에 비해 개성이 너무 강하고 교도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라 까메오 특집을 보는 착각까지 든다.  

주인공 연기는 차라리 덜 알려진 연기 엄청 잘 하는 배우로 캐스팅했으면 어땠을까? 너무 작위적인 플롯에 빠져들지 못해서일까 연기가 어색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왜 이런 설정은 항상 장애인인가?! 그리고 배경 설정도 신중해야 하는 게 교도소 범죄 수감자들을 친근한 개그 캐릭터 이미지로 만드는 건 이제 사라져야 한다.  

법의 헛점 같은 문제의식보단 그냥 귀여운 아이를 보며 따라 웃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데 중점이 된 영화. 성장한 딸 박신혜의 모의법정 장면이 중간마다 들어가게 한 건 매우 뛰어난 설정이라고 본다.  

7번방의 선물은 어린아이가 교도소에 몰래 들어와 같이 지낸다는 영화적 발상과 개그 캐릭터를 보다가 울음을 쏟는 흥행 보장 한국식 코미디 신파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영화이지만 작위적이고 형편없는 시나리오에 배경 설정과 캐릭터 활용을 보면 좋은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 

 

이야기가 형편이 없는데, 우는 연기 한다고 따라 눈물 흘리는 착한(?)관중이 좀 적어졌으면 좋겠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3부작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 2부와 3부. (1부는 따로 포스팅 했다.)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원작 소설은 보지 않았지만 소설로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소설의 모든 부분을 옮길 순 없겠지만 일단 영화여서 드러난 부분이 범인의 정체와 상태를 너무 쉽게 유추하기 쉽고, 전반부에 추리와 수사가 왜 존재했나 싶을 정도로 후반부에 알아서 풀리기 때문이다. 아쉽다.


전형적인 3부작 영화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2부다. 1편에서 인물은 이어지지만 에피소드가 하나로 끝나 상관없지만 2부는 3부까지 봐야 한다. 원작을 안 봤지만 원작을 본 사람이 이 영화를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비로소 완결이 되는 이야기. 원작 소설을 안 봐서 그런지 다소 늘어지고 설명에 그친, 막판에 맥없이 풀리는 2부와 달리 3부는 1부만큼 스릴러나 추리 요소는 없지만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영화를 보게 만든다. 누미 라파즈가 갇힌 상태라 1편과 2편만큼의 활약이 없어 아쉽지만 대신 이야기가 커버해준다. 깔끔하다.



원래 밀레니엄 시리즈는 10부작으로 기획 되었다는데,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인 3부까지 내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며 3부까지만 나왔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부터는 다비드 라케르크란츠가 이어받아 쓴다고 한다. 총 6부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하며, 최근 문학동네에서 판권을 구입했는지 새로 출판이 되었다.  









진짜 카리스마 쥑인다ㅋㅋㅋ

걸크러쉬 쏴리 질러~~~!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골든서클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말만큼 영화 후속작에 많이 쓰이는 속담이 없는데, 실제로 전작이 인기를 얻은 후 나온 후속작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 


킹스맨이 시크릿 에이전트란 부제를 달고 나왔을 때, B급인듯 아닌듯 빠른 전개와 호쾌한 액션 그리고 소위 약을 빤 듯한 기괴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몰입감으로 호평 받았다. 더러운 성적인 개그 코드에 눈쌀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넘길 수 있다면 간만에 보는 참신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틀림없었다. 


장기 시리즈로 나오면 어떨까 기대를 하면서도 이건 내일 없이 사는 사람처럼 후속작 계획 없이 만든 게 뻔히 보였기 때문에 만약 나온다면 과연 어떻게 나올까 기대반 우려반이긴 했다.  


흥행 대성공에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당연히 후속작이 계획되었고, 그렇게 골든 서클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킹스맨의 후속작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전작에선 완벽한 정장 차림을 보여준 중년의 신사 콜린 퍼스가 영화를 이끌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후속작에서 죽은 콜린 퍼스를 되살렸다. 꼭 되살려야 했냐? 어떻게 보면 기발한 상상력이지만 나름 개연성을 부여하려고 회생 장치까지 보여주고 그렇게 살아난 콜린 퍼스는 1편에서 보여준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빛을 잃었다고 할까?


또한 영국이 본거지가 아니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판 킹스맨을 만나는데, 이 캐릭터들의 매력이 과연 뛰어났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악역이 너무 1편과 비교되어 약했다. 줄리안 무어는 대단한 배우지만 1편의 그 이상한 캐릭터를 메우기엔 한참 부족했고, 어거지로 싸이코 연기를 하는 듯 영화에 녹아들지 못했다. 엘튼 존? 패러디 영화도 아니고 뭐냐 대체.  


빵 터지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몇 장면만으로 기대감을 메우기엔 부족했다. 매우 단순한 플롯에 캐릭터가 빈약한 악역. 모든 게 전편에 비해 떨어지고 전편의 틀 안에 갇혀 허우적거린다. 예상은 했지만 훨씬 기대치를 밑돈 실망스런 후속작이 바로 골든 서클이다. 


골든서클을 본 소감은,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보여준 태런 에저튼의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을 볼 때와 같았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개성과 똘끼가 넘치는 악역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몇 가지나 된다.

약간 전형적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저 완벽한 수트핏의 중년 신사 콜린 퍼스만 봐도 절제된 멋이 폭발한다.



킹스맨 : 골든서클





새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모든 게 전작보다 떨어진다.

주성치하면 나는 서유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로 인상이 깊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게 처음 주성치를 알게 된 영화가 서유기이기도 했고, 그 영화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주성치는 배우가 아닌 디렉터로 서유기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추억을 회상하고 영화를 소개할 겸 주성치의 서유기를 테마영화로 다뤄본다.


서유쌍기(월광보합+선리기연)



서유기 1 - 월광보합


월광보합은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서 시험이 끝난 후 보여줘서 봤다. 완전 '최신 비디오'를 대여해 본 것이었다.
불 붙은 거시기를 거칠게 밟는 장면이나, 그렇게 열심히 밟는 사람들의 얼굴을 줌인하는 장면, 

시간을 계속 돌리는 장면 등 슬랩스틱류의 폭소를 유발하는 장치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그 시절에 재미있게 봐도(더군다나 초딩시절이다) 추억보정이 가해진다고 해도 이후에 보면 유치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아마 처음 본 기억이 자극되어 그런 것 같다.  


정말 미친듯이 웃었다. 



서유기 2 - 선리기연


흔히들 주성치의 서유기하면 서유쌍기라고 선리기연+월광보합 하나로 말하지만 명백히 다른 두 개의 영화였다. 

나는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까 공휴일이었을 거다. 

집에서 서유기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월광보합의 재미를 떠올리며 집에서 가족들 다 불러놓고 진짜 재미있는 영화니 보라고 강권을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월광보합이 아니라 선리기연이었다. 

내 기억 속 영화와 완전히 다르잖아! 아무 정보가 없어 가족들의 시간을 빼앗은 미안함도 뒤로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기억이 있는데, 

선리기연과 월광보합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이고 월광보합과 달리 재미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선리기연까지 봐야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가 바로 서유쌍기다.

월광보합만 보면 재미있는 어린 나이 대의 취향저격 유치한 코미디 영화이지만, 선리기연과 합쳐지며 비로소 명작으로 남는다.   
선리기연은 월광보합과 달리 이후에 다시 봤을 때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영화였다.


반드시 두 개의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  



장르가 달라, 장르가!



그리고 세월이 흘러, 주성치가 감독을 한 서유기가 나왔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



주성치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서유쌍기를 봤다면 리메이크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리부트 혹은 '주성치의 서유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편하다.


처음 괴물과 싸우는 프롤로그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플롯보다 캐릭터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굉장히 개성있게 잘 구축해놨다.
중간에 약간 쿵푸허슬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잠깐 있는데, 피식 웃게 만들면서도 후반부에는 역시나 가슴 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간 서유기 소재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손오공이 등장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게다가 주인공도 아니다.)
잘 구축되고 해석된 캐릭터들이 모여서 모험을 하기에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왜 소식이 안 들리지? 다음 편을 너무나도 기다리는데 후속작은 나올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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