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하면 나는 서유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정도로 인상이 깊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게 처음 주성치를 알게 된 영화가 서유기이기도 했고, 그 영화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주성치는 배우가 아닌 디렉터로 서유기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추억을 회상하고 영화를 소개할 겸 주성치의 서유기를 테마영화로 다뤄본다.
서유쌍기(월광보합+선리기연)
서유기 1 - 월광보합
월광보합은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서 시험이 끝난 후 보여줘서 봤다. 완전 '최신 비디오'를 대여해 본 것이었다.
불 붙은 거시기를 거칠게 밟는 장면이나, 그렇게 열심히 밟는 사람들의 얼굴을 줌인하는 장면,
시간을 계속 돌리는 장면 등 슬랩스틱류의 폭소를 유발하는 장치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그 시절에 재미있게 봐도(더군다나 초딩시절이다) 추억보정이 가해진다고 해도 이후에 보면 유치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언제 봐도 재미있다.
아마 처음 본 기억이 자극되어 그런 것 같다.
정말 미친듯이 웃었다.
서유기 2 - 선리기연
흔히들 주성치의 서유기하면 서유쌍기라고 선리기연+월광보합 하나로 말하지만 명백히 다른 두 개의 영화였다.
나는 정보가 전혀 없었으니까 공휴일이었을 거다.
집에서 서유기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월광보합의 재미를 떠올리며 집에서 가족들 다 불러놓고 진짜 재미있는 영화니 보라고 강권을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월광보합이 아니라 선리기연이었다.
내 기억 속 영화와 완전히 다르잖아! 아무 정보가 없어 가족들의 시간을 빼앗은 미안함도 뒤로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기억이 있는데,
선리기연과 월광보합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영화이고 월광보합과 달리 재미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하지만 선리기연까지 봐야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가 바로 서유쌍기다.
월광보합만 보면 재미있는 어린 나이 대의 취향저격 유치한 코미디 영화이지만, 선리기연과 합쳐지며 비로소 명작으로 남는다.
선리기연은 월광보합과 달리 이후에 다시 봤을 때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영화였다.
반드시 두 개의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
장르가 달라, 장르가!
그리고 세월이 흘러, 주성치가 감독을 한 서유기가 나왔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
주성치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서유쌍기를 봤다면 리메이크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리부트 혹은 '주성치의 서유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편하다.
처음 괴물과 싸우는 프롤로그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플롯보다 캐릭터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굉장히 개성있게 잘 구축해놨다.
중간에 약간 쿵푸허슬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잠깐 있는데, 피식 웃게 만들면서도 후반부에는 역시나 가슴 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간 서유기 소재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손오공이 등장하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게다가 주인공도 아니다.)
잘 구축되고 해석된 캐릭터들이 모여서 모험을 하기에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왜 소식이 안 들리지? 다음 편을 너무나도 기다리는데 후속작은 나올 생각을 안 한다.
'테마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즈 영화] 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0) | 2018.08.25 |
---|---|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 킹스맨 골든서클 (0) | 2018.08.24 |
[영화대영화]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0) | 2018.08.06 |
드래프트 데이 Draft Day (0) | 2018.08.05 |
명량-드라마 시즌 하나 분량을 한 편으로 압축한 기분 (0) | 2018.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