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데뷔작이며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영화한 것이다. 책이 나오고 한참 후에 영화로 개봉이 되었는데 흥행과 평가 모두 실패했다.
일단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모든 영화들의 과제가 방대한 설정과 내용을 2시간 안에 다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내 심장을 쏴라는 이 문제점을 완벽하게 드러낸 영화이다.

소설의 경우 정유정 작가 글 특유의 지나친 설명을 곁들인 배경묘사를 초반부에 엄청나게 늘어놓는다는 것인데 내 심장을 쏴라는 작가의 초기작이어서 그게 더 심하게 드러난다. 필자는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을 때 차라리 도면을 그려 넣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더디고 지루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만 넘어가면 개성 강한 인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건이 만들어져서 끝까지 잡고 읽게 만들지만 말이다. 초반부에 지나친 병원 내부 설명과 묘사로 인한 지루함이 소설의 치명적인 단점인데, 대조적으로 이 부분이 영화가 소설보다 유일하게 나은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몇 분도 안 되어 병원의 모습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다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묘사의 허무함이여!) 하지만 그 이외에는 차라리 책을 읽지 영화를 봐야할 이유를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장편소설에선 정신병원에 등장하는 열 명에 가까운 각자의 사연을 가진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치밀한 설정을 부여받고 주인공과 더불어 활동을 하는데 영화에는 이들이 모두 가지치기 당했다. 몇 명의 사건이 등장하지만 영화만 본 사람의 경우 다소 뜬금없을 것이고 소설을 읽고 본 사람의 경우엔 저렇게밖에 캐릭터를 못 살리나 안타까울 것이다. 특히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한이와 은이는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러브라인을 그리는데 특히 소설 후반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려나가는 장면 하나로 끝이라니 당황스러울 정도.

소설을 보지 않았어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조연으로 자주 나오는 사람들이 왜 카메오도 아니고(나름 유명 조연캐릭터들을 섭외해놓고) 한 마디도 안 하고 서있기만 하지 왜 아무런 역할을 안 하는 거야?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소설에서도 당시 데뷔전이었던 7년의 밤 이전의 작품이라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 수상작들의 전형적인 잘 쌓아놓다가 후반부에 주제를 확 드러내는(혹은 드러나야하는) 변화하라는 메시지가 소설에서도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그나마 소설에서는 초반부터 차곡차곡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암시를 주다가 나와 덜 하지만 그에 반해 영화에서는 급작스럽게 이민기가 여진구를 향해 말하며 그냥 설교조의 영화가 되어버린다.

지나친 가지치기로 주변부 캐릭터를 한 명도 살리지 못했고 작가의 메시지도 너무 어설프게 대놓고 드러냈다. 영화를 보고 과연 감동이 생기거나 보는이에게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분명 무리였다고 생각.

역시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보다는 소설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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