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끌까지 간다를 두 번이나 봤는데 내용을 다 알고 봐도 재미있었다. 잽처럼 짧고 빠르게 장면이 전환되는데 문제는 이 잽을 날리는 복서가 강펀치를 가졌는지 한 장면마다 묵직한 스릴과 재미를 준다. 머릿속에 쉽게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장면이 오가지만 각 씬마다 반드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특히 조진웅과의 첫 만남은 충격 그자체였다.)


끝까지 간다는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심지어 헐리우드나 일본에서 리메이크 되어도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파국은 원작을 소화하게 재해석하거나 아니면 결말부를 다르게 하거나 하지 않고 정말 충실하게 현지화만 시켰다고 할 정도로 그대로 리메이크를 시켰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파국을 보면 끝까지 간다를 거의 변형점 없이 단지 말레이시아라는 배경만 바꾼 채 그대로 리메이크를 했는데 안정적인 현지화라고 할까? 원작을 소화해서 재해석하거나 아니면 결말부를 다르게 가져가지도 않았다. 배경과 인물만 다르고 플롯 그대로인데 별로 재미가 없다. 매우 지루하다. 끝까지 간다를 보고 봐서 그런 걸까?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두 번 봐도 재미있었는데.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부패경찰과(나쁜놈) 마약 만들어 파는 경찰(더 나쁜놈)의 구도인데, 원작 끝까지 간다는 부패경찰 이선균이 더 나쁜 경찰 조진웅을 만나 분명 나쁜 사람인데도 끌려다니고 어떻게 보면 벌을 받아 싶으면서도 참 불쌍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배신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데,(결국 나쁜 놈인데 더 나쁜 놈 상대로 이기라고 응원하게 되잖아.) 파국의 경우에는 곽부성이 부패경찰로 잘 느껴지지가 않는다. 더 악독한 놈에게 걸린 나쁜놈이란 이미지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덩치 때문일까? 조진웅 역할을 맡은 왕천원도 카리스마가 없다. 그저 비열하게 곽부성을 괴롭히는 정도로 밖에 보여주지를 못한다. 끝까지 간다에서 엄청난 하이라이트 씬인 첫 만남에서 조진웅이 눈을 부릅뜨고 이선균에서 성큼성큼 다가가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장면이나 좁아터진 화장실에서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철저하게 이선균을 약자로 만들어 버리는 화장실 전투씬 같은 경우도 파국에선 마이너스 리메이크 되어 버렸다. 클라이맥스 부분은 비교를 할 필요도 없다.


선택의 순간


끝까지 간다를 안 보고 파국을 본다면 파국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를 본 사람이라면 특히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파국은 전혀 볼 이유가 없다. 끝까지 간다가 재미없었다면 더더욱 볼 이유는 없을 것이고. 중국어를 공부한다든가 파국에 나오는 영화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간다를 한번 더 보는 게 낫다. 파국은 끝까지 간다의 마이너스 리메이크라고 생각한다.

  







보안관

 

처음엔 혐오스러운 시골의 텃새를 예쁘고 앙증맞게 포장한 영화가 아닐가 우려 됐지만 프롤로그 부분에 이성민이 형사였고 해결되지 않은 마약 사건이 남아 기우는 사라진다. 

 

초반부를 지나 조진웅이 등장한 후 굴러온 돌이라고 볼 수 있는 조진웅의 은근슬쩍 마을 장악하기와 박힌 돌이라 볼 수 있는 이성민의 텃새로 오해 받기까지 하는 조진웅 추적하기가 클라이막스까지 메인 스토리로 전개되는데, 조진웅이 정확히 어떤 인물인가 이성민의 예감이 맞는가 아니면 헛다리 짚기로 나중에 오해가 풀리며 함께 힘을 합쳐 이후 일어날 사건을 해결하는가. 궁금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아쉬운 건 이성민과 함께 하는 조연들이 너무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성민의 일인극으로는 무게가 부족한데 이걸 조진웅과 갈등으로 메우지만 김성균 같은 역할을 다른 조연 배우도 받았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극 초반에 영화 <개들의 전쟁>처럼 양아치짓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이 마을에 지대한 영향력을 준다고 확연히 인지시킬만한 조연들의 개성을 입힐 사건 한 개 정도는 집어 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면 자칭 마을 보안관이라고 자처하며 이들이 양아치 짓을 하고 나중에 조진웅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로컬 보안관들을 외면하는 방식도 좋았을 것 같다.

조우진은 깨알같은 얄미움으로 나름 존재감이 있지만 배정남은 병풍이고 임현성도 안타까울 정도로 그냥 아재 1 아재 2 밖에 되지 못한다.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직접 보시라. 빵 터지는 웃음은 주지 않지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영화다. 수사극이라기엔 개연성과 스토리가 부족하지만 오락영화로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재에 거부감이 있다면 몰라도 여태 본적 없는 본격 아재 무비ㅋ이기 때문에 개성도 획득했다.

무수히 많은 아재들이 등장하는데-포스터에 나온 배우 외에도 유명한 조연들이 꽤 등장한다.-이경영이 나오지 않다는 점도 최근 한국 영화를 봤을 때 상당히 희귀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본격 아재수사극

 

아래는 스포 스샷이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은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영화가 시작되면 음악과 함께 다양한 외계 종족이 나오는 프롤로그가 너무 좋다.

가히 황홀할 정도였는데 본격적으로 영화가 전개되며 그저 시각적인 특수효과 보여주기 밖에 되지 못한다.

긴 러닝 타임에 점점 지루함의 늪에 빠지게 된다. 

나중에 간단한 위기에 빠질 때는 뭘 저렇게 쓸데없이 길게 만들었어 짜증까지 치밀었을 정도.

하지만 상상력을 화면에 옮긴 환상적인 그래픽은 엄지척 내세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 오직 시각 만족을 위한 영화로 본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아토믹 블론드 

베를린 장벽이 부서지는 시점이 배경인 스파이물이다.

 

존 윅이 필연적으로 떠오르는데 그렇다고 샤를리스 테론(로레인 브로튼)이 키아누 리브스(존 윅)은 아니다. '여자 존 윅' 영화가 아니란 말이다. 로레인 테인즈일뿐이다. 계단 액션만 봐도 독보적인 액션 성취를 이뤄냈다.

 

문제는 기둥이 되는 이야기가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조금 지루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소피아 부텔라가 조연으로 거들어주는데 약간 어색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다. 가장 중요한 건 액션이다. 매력적인 샤를리스 테론이 펼치는 액션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배경이 한참 전이니 이전 혹은 이후로 시리즈물로 나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샤를리스 테론의 카리스마와 매력 반대로 오직 그것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