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곤지암 실제 국내에 존재했고 지금은 폐허로 남겨진 정신병원을 소재로 했다. 영화가 개봉하고 송사에도 휘말렸고, 아무리 픽션과 우연이라고 했지만 그 곤지암이 배경인 건 당연하다. CNN이 선정한 7대 미스테리 장소 중에 한 곳으로 유명한데, 덕분에 여러 시리즈가 나와 탄탄한 배경을 가지게 된 역사물처럼 초반부의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영화의 주 배경이 될 곤지암 정신병원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영화는 특히 최근에 공포물에 많이 쓰이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초반 오프닝 이후 곤지암 탐사대(?)를 모집하고 이 곤지암으로 향하는 과정은 정보를 모르고 TV를 틀었다면 에로물인가 싶을 정도로 먹고 게임하고 노는 등 밝고 쓸데없는 장면으로 가득하다.
말로만 하지 말고 겁 없이 갔다가 정신이 나간 그런 사람에 대한 기사라든가 추가적인 설정을 보여주는 건 어땠을까 싶지만 영화는 몰래 곤지암에 잠임한 후부터야 비로소 산만함이 사라진다.
본격적인 공포물의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후반에 몇 장면 몰아치는 것외에는 오히려 무섭게 느끼라고 만든 장치들에게 오히려 공포에 질려 있다가 뭐야? 하고 바깥으로 튕겨나와 버리는, 몰입을 망쳐버리는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스포일러가 될까 더 이상 말을 못하겠지만 아마 이 글을 먼저 읽고 곤지암을 본다면 공감할 것이라 본다. 관객들 소름 돋게 하라고 만든 장치인 초자연적 현상 연출이 오히려 몰입을 깨뜨린다.
필자는 공포물에 젬병이라 공포물 절대 안 보는데, 예전 oksusu에서 장산범을 무료로 서비스 할 때도 많은 각오 후에 봤을 정도다. 일단 곤지암은 필자의 담력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에서 소리를 작게 하고 보면 괜찮다. 하지만 영화관이나 큰 TV에서 불 꺼놓고 사운드를 크게 한 상태로 보면 이 영화 공포 매니아도 흠칫 잠깐 눈 감을까? 시험에 들만한 장면이 후반에 분명 몇 장면 있다. 그것만으로도 공포물로는 아주 훌륭하게 기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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