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과 독전
이해영 감독의 한국 영화 독전은 두기봉의 홍콩 영화 독전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홍콩 원작은 국내명으로 마약전쟁이라 나왔는데, 한국 리메이크판은 원작의 제목인 독전을 그대로 썼다.
오히려 원작은 독전 그대로 나오고 한국판은 마약전쟁이라 나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독전? 크게 와닿지 않는 제목이다.
원작은 영화를 웬만하면 9글 무비로 구입하는데, 9글에 없길래 어쩔 수 없이 네2버에서 구매해서 봤다.
원작을 먼저 봤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반전이 있는 영화라 내용은 말을 못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이 꽉 차있다. 인간에 대해 너무 현실적이라 마지막에 씁쓸하게 만드는 것까지 만족스럽다. 철저하게 리얼리티로 가는 듯보이지만 그 안에서 이선생에 대한 캐릭터가 너무 영화 같은 점과 막판에 액션씬이 금강불괴들인가 생각이 들만큼 허탈한 건 아쉬웠지만 충분히 추천할 만한 영화였다.
그래서 한국판을 정말 기대했는데, 형편없는 서사에 오직 과잉된 캐릭터뿐이다. 캐릭터들은 하나 하나 지나칠 정도로 과잉되어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만 겉껍데기뿐이다. 오히려 조진웅과 류준열이 죽는다.
서사는 완전하게 축소돼 아무 놀람도 감흥도 주지 못한다. 반전이 나올 때는 설마! 진짜 이렇다고? 이건 반전이 아니지. 짜증날 정도였다.
원작에서 형사-순홍레이-가 이선생과 연결되기 위해 다른 범죄자 따라하는 장면 빼고는 몇몇 캐릭터를 본따 과잉시킨 것빼곤 공통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메이크작 독전은 오직 겉멋 든 과잉 캐릭터의 연기로만 떼우는 영화다.
원작은 캐릭터들이 충분히 개성이 있는 와중에 두 주인공인 형사와 형량 거래를 한 마약범이 중심이 되어 서로 끊임없이 감시하고 의심하며 긴장감이 파생된다. 한국판은 이 긴장이 없다. 게다가 무척 단순하다. 류준열이 미스 캐스팅 같은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원작 독전을 보고 한국 독전을 보면 반드시 실망한다.
원작 독전을 보지 않고 한국 독전을 본다면 서사에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볼만하다.
한국 독전을 보고 원작 독전을 본다면
원작 독전이 외형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캐릭터가 아니라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겠지만
한국판과 비교해 플롯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원작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둘 중 하나만 봐야 한다면 류준열이나 김주혁의 광팬이 아니라면 당연히 원작을 봐라.
마지막으로 한국판 독전 확장판은 거들떠도 보지 말길. 언제부턴가 한국 극장가에 별로 차이도 없는데 확장판이란 형태로 재개봉을 하는 얄팍한 상술이 생겼다.
애초에 서사가 형편이 없어서 궁금하지 않는데, 그게 뭐라고 열린 결말로 놓고 확장판에서(확장판인데 분량이 대거 추가되는 것도 아니고 장난하나?) 결과가 밝혀진다니 대대적으로 광고해 놓았다. 그런데 확장판에서조차 애매하게 처리해 놨으니 이건 관객 우롱 수준과 다름없다.
둘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당췌 의중을 알 수가 없는 고천락이 영화의 중심이다.
어느 정도 존재감을 갖는 원작의 여형사에 비해 한국판은 클리셰처럼 모델 출신 배우가 존재감 없는 부하 역할
과잉! 과잉! 과잉!
둘 사이에 파생되는 긴장감이 없다.
'테마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범한 데뷔작] 봉준호 <플란다스의 개> (0) | 2018.09.29 |
---|---|
영화리뷰 >>> 아이 필 프리티 - 여배우의 근자감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재미 (0) | 2018.09.26 |
콜네토 트릴로지 - 새벽의 황당한 저주 / 뜨거운 녀석들 / 지구가 끝장나는 날 (0) | 2018.09.24 |
영화리뷰 >>> 아이, 토냐 - 두둔하지 않는다. 악녀가 아닌 인간이자 노력형 피겨 선수 토냐 하딩을 보여줄 뿐이다. (0) | 2018.09.23 |
최근에 본 성룡 주연의 두 영화 - 더 포리너 / 블리딩스틸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