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잖은가? 명감독은 역시 데뷔작부터 비범하다. 

진짜 흥행이 폭망한 영화인데, 봉준호 감독이 곧바로 메가폰을 잡고 살인의 추억이라는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던 이유는 흥행과 별개로 영화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 개 다루는 부분에서 거부감이 들지만 영화 시작부분에 안전하게 촬영했다고 하니. 그래도 몇 장면은 보기에 심했다. 


아파트를 주 배경으로 이뤄지는 영화는 개를 찾는 게 주 내용이지만 그 안에 중산층의 몰락과 신분상승, 청년과 기성세대의 갈등까지 다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맞추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메타포가 아니라 알레고리인데,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영화가 정말 완벽하고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그냥 봐도 재미있지만 봉준호 감독이 숨겨놓은 상징을 파악하며 보면 너무나도 재미있다.(사실 이 영화는 이렇게 맞추는 식으로 봐야 재미있다. 아무래도 데뷔작이어서 그런지 지루하고 뚝뚝 끊기는 기분이 없지 않아 든다. 이후에 제작한 살인의 추억의 플롯과 연출은 정말 엄청난 발전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교수가 된 이성재가 (갇힌)강의실 안에서 산을 바라보는데, 커튼이 닫히며 어두워지고(정직하지 못하더라도 출세의 공식을 답습하며 기성세대에 합류) 이후 이어지는 엔딩 스크롤에 배두나와 친구가 (이성재가 바라보던) 산행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자유롭게 갇히지 않음.) 그리고 관객들을 바라보는 듯 정면에서 사이드미러를 비춘다. 


그런데 왜 거울이 아니라 사이드미러인가?

사이드미러는 추월을 할 때 본다. 뒤에 오는 차를 확인하고 더 가속을 해서 차선을 변경한다. 영화에서 배두나는 난데없이 발로 차 사이드미러를 부수는데 괜히 부수는 게 아니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을 거부하고 숲, 자기만의 템포로 걷기 시작한다는 걸 뜻한다. 결국 이성재는 교수가 되고 자기 일 내팽개치고 개 찾아주러 다니던 배두나는 직장마저도 잃게 된다. 하지만 더 행복해보이는 건 배두나가 아닌가! 


이런 상징을 통한 메시지를 보기 시작하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봉준호의 대표작은 나올 때마다 갱신되지만 이 플란다스의 개를 놓치면 곤란하다! 떡잎부터 달랐던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반드시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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