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지옥이 뭐가 나빠!(이하 지옥이)를 매우 재미있게 봐서 이후에도 여러차례 봤다. 이후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이하 카메라를)의 포스터를 본 후에 가슴이 뛰었다. 왠지 지옥이를 떠올리는 그런 B급 감성과 병맛 개그의 영화 같아서였다. 

 

일단 지옥이 뭐가 나빠!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두 영화 모두 영화 촬영의 숨겨진 정말 고생하는 스태프가 주인공이고 그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두 영화 모두 영화 촬영하는 모습을 영화로 담은 건데, 구성 자체가(장르도) 완전히 다르다. 카메라를!의 경우 완벽하게 스태프의 입장에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약 초반 36분 내에 펼쳐지는 B급이 아니라, 이건 C급이잖아!! 생각하며 도저히 못 보고 그만뒀다면 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건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36분 이후부터 본 내용이 펼쳐진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처음엔 엔딩스크롤 올라갈 때 단편모음인가 싶었다. 

 

초반 37분까지만 보면 영화를 본 게 아니다!

초반부터 37분까지를 안 보고, 38분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봤다면 그건 영화를 본 거다!

 

이렇게 설명이 될 정도로 37분 이후 '한달전'부터가 진정한 영화의 시작이며, 다 본 순간 초반 37분이 완전히 새롭게 보일 것이다. 초반 37분 30초동안 고개를 갸우뚱한만큼 이후 폭소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1시간 36분의 러닝타임이지만 반드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기 때문에 37분을 더해 영화는 사실상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갖게 된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식으로 진짜 스태프가 영화를 찍는 장면을 보여주는데(그러니까 영화가 영화-스태프 배역의 영화배우-진짜 스태프-쿠키 영상을 위해 그럴 찍는 또 다른 스태프)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쉽지 않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노고에 경의를 표하게 되고 다른 영화를 봐도 이런 영화는 이런 연출을 위해 스태프들이 엄청 고생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하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쿠키 영상까지 보면 단순한 영화 감상자도 은근히 울컥할 수가 있다. 

 

물론 이건 스태프를 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를 연출하며 거기에서 파생되는 재미로 인해 폭소하게 만드는 훌륭한 코미디 영화다.

 

B급, 게다가 좀비물로 웃음과 감동까지 다 잡긴 힘든데 이 어려운 걸 해냈다. 

 

초반 37분 30초동안 고개를 갸우뚱한만큼 이후 폭소하게 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영화를 다 본 이들을 위해 준비한 스샷 빵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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