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만이 연출할 수 있는 영화다. 앞으로 '장재현'하면 '종교'와 '오컬트'를 떠올리게 만들 듯.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한 것 같다.

 

저번 검은사제들이 오컬트 색채 속에 버디 무비이자 일종의 수사물, 헌터물의 성격을 띄었다면 이번 사바하는 수사물의 기본 골격은 갖추고 있지만 종교적인 색채보단 착 내려 앉는 질감 속에 스릴러 드라마로 만들었다.

 

각본가이기도 한데, 단편을 장편으로 늘려 나중엔 퇴마의식의 분위기와 연기로 후반부 전체를 쓴 검은사제들과 달리 이번 사바하는 자신이 심혈 기울여 만든 이야기를 선보이는데 힘쓴다.

 

복선과 숨겨진 부분을 캐릭터(이정재)와 회상씬을 통해 친절히 알려주는데도 이야기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결국 다 설명해주네, 라는 생각보단 쾌감이 앞서 느껴진다.

너무 이야기에 맞추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이게 다음 작품에서 극복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검은사제들에서 강동원의 캐릭터를 이용한 지나치게 가벼웠던 개그에서 조금 무겁게 중간마다 적시에 개그 요소를 둬 적당히 환기시켰다.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장재현-사바하의 밀교를 놓고 생소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세계관을 구축했다.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 것도 있지만 결국 종교는 한 줄기, 하나에서 나온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건 마지막이다. 모든 정체가 밝혀진 후 검은 사제들처럼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는 마지막 한 방이 터지길 바랐는데 너무 이야기에 초첨을 맞춰서 반전이 드러난 후에는 허무했다.

 

아니면 살아있는 미륵이든, 영생자이든 결국 쉽게 타락하고 무너지는 '인간'이란 점을 말하려 쉽게 끝나게 만든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 결국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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