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미숙했던 시절의 '첫사랑'을 건물을 짓는 것과 대비해서 잘 만들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부정해도 지울 수 없듯 그리고 되돌릴 수 없듯 허물지 않고 기존의 집을 증축과 리모델링 한다.


이제훈의 연기도 좋고 '그 시대'의 카세트테이프나 복장 같은 해당 시기를 지났던 세대에게 상당한 추억거리를 준다. 메인 음악인 전람회 기억의 습작은 말할 나위가 없다. 조정석의 감초연기도 웃기면서도 그렇게 과하지 않다.(한끗차이로 아슬하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성숙한' 어른이 된 상태라 엄태웅과 한가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영화를 완성하는 포인트. 하지만 꽐라가 된 수지를 집으로 데려가는 유연석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숨어서 온갖 음란(?)하고 비극적인 상상을 한 후에 자기 마음대로 내린 결론으로 수지에게 무례하게 퇴짜를 놓는 건 너무 "찌질한 감성" 아닌가? 


저 장면을 본 후에 급격하게 영화에 몰입되기가 힘들었다. 저런 일이 있었는데 한가인이 다시 엄태웅을 찾는 게 억지스러웠기 때문이다. 충분히 다른 연출도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의 감정을 자극하는 오점이다. 하지만 한국 로맨스/멜로 영화 중에 이 정도로 완성도 있는 작품도 드문 건 사실. 약간 실망스럽긴 하지만 흥행 요소를 두루 만족시킨 영화이다.    


너 그때 왜 지켜보고만 있었냐?

(당시)국민 여동생 수지


너의 결혼식



너의 결혼식이 나왔을 때 가장 비교가 된 게 건축학개론이었다. 둘 다 첫사랑을 주제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사랑과 이루어지지 않는 걸 다뤘으면서도 각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유형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게 컸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건축학 개론의 남자 주인공은 찌질했고, 너의 결혼식의 남자 주인공은 쿨하다는 게 결정적이다.  


너의 결혼식은 평범하다. 현재와 과거 회상을 오가며 김영광과 박보영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다 싸워서 완전히 헤어지고 우연히 또 만났는데, 결혼 소식을 알게 된다. 그래서 첫 사랑의 결혼식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가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영화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와중에 알쏭달쏭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퇴장하는 김영광의 모습과 이어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입장하는 박보영의 모습이 차례로 나오는데 상당히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었다. 


평범하고 연애 영화여도 설레거나 둘이 헤어질 때 안타깝거나 감정 변화를 겪게 만들진 않지만 귀여운 박보영과 김영광의 알콩달콩 연애를 보고 있으면 둘의 연애에 공감을 하지 않아도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든다. 최근 몇년 간 첫 사랑을 다룬 대만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국내에 나와 꽤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오랜만에 괜찮은 첫 사랑 주제의 한국 영화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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