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버닝



이창동 감독의(무려 8년 만의) 영화 '버닝'.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영화는 겹겹이 더 쌓아놨다. 원작 단편소설이 헛간이라면 영화는 헛간 위에 쌓은 창고랄까? 

원작에선 길 잃은 청춘이나 방황은 없다. 그저 지나가는 일처럼 가벼운 해프닝으로 그려진다.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무심함, 아무 일도 없음이 사라졌지만 이창동은 그 공백의 자리에 미스테리한 서늘함을 집어 넣었다. 


재해석한 버닝은 원작 소설에서 취할 거 다 취하고 덜어낸 건 없다.

유아인을 중심으로 양극단에 있는 스티브 연의 기괴한 취미와 청년 세대의 불안을 은유했다.


원작 소설을 보고 영화를 봐도 전혀 상관 없다.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보면 매우 심심하다. 하지만 심플해서 더 나을 수도 있다.

스티브 연의 캐릭터가 불분명하게 나왔듯 마지막 장면도 맥거핀으로 공백으로 놔뒀으면 어땠을가?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웠다. 


그동안 이창동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완벽한 캐스팅인데, 이번에는 예전 박하사탕의 설경구나, 시의 윤정희를 보며 느낀 완벽한 캐스팅과 연기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다. 영어는 한 마디도 안 하는데, 왜 스티브 연을 주연으로 했을까? 한국어 발음이 나쁘진 않지만 어색하다. 


이 영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봤는지 묻고 싶은 영화다. 좀처럼 감상평이 통일되게 나올 것 같지 않다. 

나는 열패감와 시기심 가진 건 없지만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는 청년의 몸부림(혹은 증오)을 느꼈다. 

유아인은 정말 진실을 알고 싶었던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되고 뭘까? 생각하게 만드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감정이 이어진다.

이창동 영화는 최소 두 번은 보게 되는데, 왠지 버닝은 세 번까지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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