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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 안에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신세계

먼저 한 가지 언급하자면 많이 비교되는 무간도와는 분명 다르다. 오마주도 아니고, 무단 도용도 아니다. 무간도는 두 명의 주인공이 서로 잠복해(경찰->조직, 조직->경찰) 각자 동화되며 발생하는 사건과 고뇌를 담았다. 신세계에서는 이정재가 잠복해서 황정민과 형제처럼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나가며 성장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완전히 틀리다.

 

대개 코믹 장르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우려먹고 또 우려먹던 밥먹듯이 나오던 게 조폭물인데, 이후에는 다양한 장르가 변용되어 조폭 멜로, 정통 느와르 선보였지만 어느 순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정말 묵직한 한 방을 가진 작품이 2013년에 나와버린다. 바로 초호화 출현진의 영화 신세계.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나온 갱스터 무비 중 가장 정점에 올랐다고 거창하게 소개를 하며 추천하는 영화가 바로 신세계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끝내준다. 비중있는 캐릭터들이 전부 카리스마를 뿜어내는데, 딱 자기 역할이 나올 때만 정확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설정이나 시나리오보다 연기를 한 배우의 힘이라고 본다. 

 

황정민은 조선족 넘버2 강력한 차기 넘버1으로 처음 등장할 때부터 모습만으로도 골칫덩어리라는 기분을 주는데, 영화가 진행되며 '진실'을 알게되고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나름 속으로 엄청난 고민에 빠지는 모습. 그렇기 때문에 행동이 거칠지만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가 된다.  

 

그리고 영화 신세계의 진짜 주연이랄 수 있는 이정재가 있다. 기존 영화들이 흥행을 성공하지 못해서 그랬지 이정재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연기 도전을 한 배우가 없는데, 이번 신세계에서 비로소 보상 받은 듯 하다.

 

복 경찰로 모습을 숨기며 발각될 위기에 겁을 내고, 갈등하고 고뇌하는 표정 연기는 볼 때마다 놀라웠다. 이정재의 바뀌는 표정에 따라 관중들도 노심초사하지 않을까 표정만으로도 영화를 휘어잡는다고 본다. 송지효 관련된 사건 사실상 극의 전환점인데 그때 나오는 땀을 삐질흘리는 모습과 절정으로 가며 번민에 휩싸인 표정 마지막 모든 걸 이뤄내고 정말 사연 많은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할 때는 '보스'라는 걸 부연 없이 그 장면만으로도 알아맞힐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 두 '브라더'는 따로 놀지 않고 황정민과 이정재가 함께 보여주는 케미가 상당하다. 전반부에는 이정재가 차기 넘버1이지만 좌충우돌 행동하는 황정민을 유일하게 제어하는 존재로 나오지만 나중에 미묘하게 잠복 중인 게 발각될 위기에 처할 때의 두 배우의 미묘한 관계를 유지할 땐, 진짜 걸렸을까 언제 걸릴까 시간 문제가 아닌가 겁먹고 고민하는 이정재와, 진짜 아는 건지 모른 체하는 건지 아는 것 같은데 사람 쉽게 죽이는 잔인한 성정의 황정민이 왜 저러나 영화를 보며 피를 마르게 했다. 나중에 "감당할 수 있겠냐?" 이 대사는 이 대사 하나만으로 극의 급작스런 전환과 캐릭터의 이후 행동이 모두 납득이 가게 만들어 버린다.     

 

또 다른 주연인 최민식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을 꽉 쥐고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등장할 때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전개시켰다.  

 

그리고 박성웅은 조연으로 그리 많은 분량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주연 배우가 되었는데 그정도로 나오는 장면에서 존재감이 무시무시했다. 특히 구류 전과 복역 중 그리고 출소 후의 행동이 모두 다른데, 다시 풀려나와 덤덤하게 내뱉는 대사("죽기 딱 좋은 날씨다!"는 한국 영화사에서 명장면, 명대사로 남았다.  

 

이외에도 엘리베이터 안 칼부림 액션 같은 독보적인 액션 장면도 빼놓을 수가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수하게 많아서 모두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론 장례식장에서 인사하는 조선족 킬러보고 이정재가 살짝 고개 끄덕이며 인사를 받고 응시하던 장면이 잊을 수 없이 강렬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대개 길지만 한번 보면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면 중간에 봐도 그대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 캐릭터의 힘과 함께 매끄러운 전개까지. 묵직하고 강력한 권력에 대한 영화. 이건 우정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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