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다. 검은 사제들의 정보를 보면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란 모순적인 생각이 들게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무섭지 않지만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원한 스릴을 느끼게 만든다.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무리하게 내용을 늘어뜨려 지루하거나 느슨한 부분이 보이게 마련이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그 문제를 퇴마의식으로 길고 길게 만들어 커버한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오직 퇴마의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런데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건 이 영화는 배우의 힘이나, 시나리오가 아니라 오직 분위기로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지막 퇴마의식을 벌이기 전 한국식으로 굿판을 벌이는 장면 같은 건 보는이로 하여금 상당히 긴장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긴장과 집중력은 이후 길게 이어질 두 검은 사제들의 퇴마 의식까지 이어진다. 엑소시즘 의식도 어느정도 한국화 되었다고 할까?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지금은 확실히 이름을 새긴 박소담의 연기도 출중하고(소름 돋는다.) 김윤식은 언제나 제 역할을 한다. 잘 생긴 강동원은 전우치처럼 혼자 주인공으로 나와야 빛이 난다고 보는데, 그건 강동원의 문제가 아니라 맡은 배역의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도 굉장히 전형적인 문제아 역할을(과거의 상처가 있지만 그래도 너무 가벼운) 보여줘서 무겁게 착 달라붙는 분위기를 확 깼지만 후반부 퇴마의식을 벌이며 마지막에 혼자서 악마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선 정말 가스 불 위에 올려둔 국이 넘쳐 흘러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된 상황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배우는 배우다 생각하게 만든다. 추천하는 영화다. 흥행 배우가 나오긴 하지만 이런 소재의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게 갚지다.

 

★☆ 분위기로 압도한다

 

번화가에서 한 발자국만 들어가면 어둠이 내리깔린 골목공간이 나온다. 이게 후반부에 직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공식 스틸컷이 별로 없어서 박소담이나 퇴마의식 부분 사진도 올리고 싶은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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