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실망시킨 천만 영화~2] 해운대 / 국제시장
나를 실망시킨 윤제균 아니, 천만 영화는 해운대 그리고 국제시장이다.
윤제균이 대단한 감독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백만도 힘든데 무려 천만을 두 번이나 흥행시킨 감독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윤제균 감독의 천만 영화가 모두 실망스러웠다. 왜 천 만이나 봤는지 그렇게 볼 게 없나 독과점의 폐해인가 싶었을 정도.
해운대
휴가철을 제대로 노리고 개봉한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이다. 휴가철이면 수백 만이 찾는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상상해봄직한 공포를 구현한 영화는 실제 부산 시내와 해운대를 배경으로 재난영화의 공식을 착실하게 따른다.
그 공식은 재난(쓰나미)이 일어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착실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도록 하는 일이다.
얼마나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했냐가 후에 쓰나미가 터지고 그 등장인물들이 사고를 겪으며 관객들이 흘리는 눈물의 양을 결정지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내겐-그러니까 나를 실망시킨 천만이라는 부제를 달았겠지만-전혀 감정 이입할 틈이 없었다.
욕심이 너무 컸다. 한 가족만 다뤄도 큰데, 이 유형의 가족, 저 유형의 가족, 저 유형의 로맨스, 이 유형의 로맨스 다양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산만하기만 하다.
웃기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는다. 쓸데없는 개그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쓰나미 효과도 놀라움 속에 어설픔이 끼어 있고, 억지로 울리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이 단지 죽기 위해 등장한다.
설득도 없고 슬픔도 없고 감동도 없다. 이런 영화가 천 만이라니. 국민들이 취미를 조금 다양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난 속에 일어나는 아귀다툼도 없다. 개개인의 숭고미를 보여주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차라리 쓰나미 그래픽을 더 활용해서 부산 사람들만큼은 알아보고 웃으며 볼만한 실제 장소들이나 마음껏 파괴되고 잠기게 하지 그랬냐.
한줄평 - 휴가철을 노리고 들어온 재난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대입한 (억지로 울리려는) 한국형 신파
국제시장
감동을 호소한다고 할까? 강요되는 신파, 또 하나의 합리화 시킨 아버지 신화
한국전쟁부터 독일 광부 그리고 베트남전 참전 등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영화이지만 옴니버스도 아니고 황정민 한 사람에게 고생서사를 다 몰아 넣어주며 주인공 캐릭터 한 명만 기구한 인생을 만든다.(오달수도 대단하다.)
늙고 성격이 괴팍한 소위 꼰대 할아버지 황정민이 이런 우여곡절의 과거가 있으니 이해해야 한다고 억지를 쓴다고 할까?
나중엔 그 고초를 겪고 베트남까지 갔을 때, 그리고 유노윤호가 남진 역할로 나왔을 때 장난하나 참다 못해 짜증이 치밀었다.
제작비도 굉장히 많이 투입되어 사전 연습 촬영까지 했다는데, 이음매와 세밀함이 부족하다.
위에 언급한 해운대는 킬링타임으로 볼 만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길고 그만큼 지겨워서 추천을 못하겠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이런 게 꾸준히 나오고 꾸준히 대박을 치니까 수준이 오르질 않는다.